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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 Philosophy

'power'의 번역으로서의 권한 개념

덧. power의 번역으로서의 권한 개념.
새벽에 썼던 글에서, power의 번역어로 쓰이는 "권한" 개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글을 복잡하게 만들것 같았기 때문인데, 현재 맥락과 무관하게 읽게 될 미래의 독자는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별도의 글로 남긴다.
예전에 은사님이 권리의 문법에서 power를 ‘형성권’으로 옮긴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이민열 선생님의 “권리란 무엇인가” 번역도 이 번역어를 채택했다.) 내가 앞의 글에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말할 때 entitlement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권리와 권한의 구분을 “그 이익 귀속 주체가 자신이나 제3자냐”의 기준에 따라 나누는 방식의 설명을 전제한 것이다.
사실 법철학에서 통용되는 “대통령의 권한”, “입법자의 권한”이라고 말할 때의 ‘권한’은 power를 번역한 것이고 호펠드나 하트도 그러한 의미의 power 개념을 쓴다는 것도 매우 오래 전 포스팅에 남긴 바 있다.(찾기 귀찮음) 심헌섭 교수님의 힘은 force. 이때 권한(power)과 권리의 구분은 이익의 귀속주체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와 같은 “법적 지위를 변경하는 능력”이냐, 타인에게 청구권과 같은 구체적인 자격을 가지고 있느냐를 가지고 구분한다. (나는 이 구분이 실제로 가능한지 의문스럽다. 간단히 말하면 권리 역시 잠재적 능력이라는 점에서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권리에 관한 논의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어쨌든 이러한 구분이 더 적절하고 교과서적인 설명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개념구분을 섬세하게 잘 포착한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때의 power를 ‘권한’이나 ‘형성권’으로 번역하는 것이 우리말 사용이나 법학계가 사용하는 의미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입법자에게는 이러저러한 권한이 있어.”라고 말할 때 ‘권한’을, “지위만 변경하고 구체적인 권리는 아닌” 의미로 잘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법철학 문헌(하트의 “권한-부여 규칙” 번역) 번역에 가장 잘 부합하기 때문에, 유의하여 사용한다면 학술적으로 ‘권한’은 power를 지칭하는 것 정도가 수용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논쟁이 되었던 권한의 개념과는 상관없고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설명하지 않았다. (해당 맥락은 그냥 ‘legal rights’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power의 의미를 정확히 고수하면서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보기가 어렵고 기대하기도 어려워서 설명에서 제외하였던 것이니 참고하였으면 한다.

(나의 페이스북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