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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 Philosophy

권리, 권위, 권한 등 권리를 둘러싼 개념들에 대한 논쟁에 관해

<권리, 권위, 권한...>
법학-철학-교육학-법철학 등등, 다소 소모적인 용어 논쟁을 하시는 듯하여 씀.
교권, 인권이니 용어 잘 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함. 용어는 학자들이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거고, 요즘 사건들에 대한 반응에서 학생의 권리/인권 개념에 대한 몰이해가 있는 것도 맞지만, 요즘 벌어지는 일들의 근본적 원인이 단지 권리와 같은 “개념”을 잘못 이해해서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임. 물론 정치적으로 개념들을 가지고 대중을 현혹하며 장난질치는 일들이 빈번하고 지금도 약간 그런 시도가 관찰되지만, 지금의 현상은 더 근본적인 사회적 원인의 결과이거나 상관관계의 측면이 더 강하다고 봄. 어쨌든, 너무 깊은 개념 분류 수준은 말고, 보통 또는 유명하게 사용하는 용례 수준에서 설명.
(moral) rights 와 legal rights는 일단 좀 구분해서 써야 함. 교육학 용어사전에 등장하는 법적 용어들이 거칠고 그 분류가 조잡하긴 하지만(예를 들어, 넓은 의미에서, 좁은 의미에서 이런 식의 분류는 늘 뭐가 넓은/좁은 거라는지…) legal rights에 관한 분류, 즉, 현행 법체계에서의 자격부여(entitlement)를 말하는 것임.
모 철학전공자가 하는 말은 굳이 따지면 moral rights라고 불리는 것에 한정된 이야기일 경우 그런 식으로 주장할 수 있음. 어쨌든 자신의 입장에서 moral rights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육학 용어사전이 말하는 교권이 꼭 도덕적 권리에 대한 설명일 이유가 없고, 그들이 의도한 legal rights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수. 심지어 사전의 '교원의 권위'에 대한 설명은 도덕적 권리에 대한 것도, 법적 권리에 대한 설명도 아님.
권위/권한 같은 개념들. 우리 번역어들에도 문제가 있고, 이것도 법적인 의미 철학적 의미 막 뒤섞여 있음.
먼저 법(률)적인 의미의 authority는 법적으로 authorized된 entitlement라는 의미로 쓰기도 함.(하지만 섬세한 용례는 아님. 법철학에서는 거의 뒤에 말할 Raz의 용례로 사용함.) 결국 법적 권리(legal rights)라고 봐도 거의 무방함.
법(학)적인 의미에서 ‘권리’와 굳이 ‘권한’을 구분할 때 몇 가지 만족스럽지 못한 교과서적인 설명들이 있지만, 유의미한 구분을 만드는 설명 중 하나는, 권리는 자신의 이익에 관한 것, 권한은 타인의 이익에 대한 것이라는 설명임. 법이 나에게 부여한 authorized된 entitlement라고 하더라도, 내 이익을 위한 것이면 권리고, 대통령의 authorized된 entitlement는 대개 타인을 위한 것들이므로 권한이라고 불린다는 설명임. 하지만 법적 효과 면에서 별 구분 의미 없음. 이게 (right와 구분되는) authority에 해당하는가 하면, 그냥 자기의 이익과는 무관한 entitlement라는 뜻일 뿐임. 즉 이런 의미에서 권한은 그냥 entitlement라고 번역해야지, (right와 구분되는) authority라고 (번역)하는 건 오바(오역)임. 여기서 authorized는 지금 논쟁에서 말하는 실질적 함의가 있는 authority 개념과는 상관없음.

 

논쟁을 촉발한 글은 ‘권한’이라는 말을 이중적(ambiguous)으로 섞어 사용함. (권위와 권한도 매우 다른 개념으로 보이는데 섞어씀.) 어떨 때는 authority, 즉 한국말로 “감히 권위에 도전하다니!” 느낌으로 쓸 때의 권위로 씀. (교육학용어사전에서 교권을 정의할 때, ‘교원의 권위’라고 한 부분은 그런 의미로 쓴 것으로 보임. 뒤에서 말할 Raz의 현행 법체계의 ‘de facto authority’ 정도의 개념에 상응할 것임.) 어떨 때는 ‘도덕적 원천(moral source)에서 나오지 않은 법적 자격부여(legally authorized entitlement)’ 정도의 의미로 씀.(법률가들은 그냥 권리라고 할 것임. 우리는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 다 같이 법철학자들이 쓰는 법적 권리(legal rights)라는 말을 쓰면 됨.
이 표현은 “감히 권위에 도전하다니!” 느낌으로 쓸 때의 실질적 함의를 주는 권위(authority)라는 용어의 의미를 적절히 표현한 것은 아님. 이런 의미에 해당하는 논의가 Joseph Raz가 깊이 분석했던 법의 권위에 대한 논의임. Raz는 이러한 의미에서의 법의 권위를 de facto authority와 legitimate authority 등으로 나눔. 이만 끝.

(나의 페이스북에서 옮겨옮.)